셰프의 자기다움, 3대를 이어온 레시피, 오리지널의 느낌

[망원동 맛집] 육장

육장肉醬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2길 17
지번) 망원동 417-14

망원동에 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식사시간이 되었다. 망리단길과는 좀 떨어져 있어서 나가자니 덥고 귀찮고 근처에서 먹자니 왠지 대충 때우는 느낌이 들었다. 혼밥일지언정 기왕 사 먹는 외식인데 포스팅은 할 수 있는 정도의 식당에서 먹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망리단길로 방향을 틀고 조금 가다 보니 길모퉁이에 아주 허름한 식당이 하나 보였다. 외관이 판잣집처럼 생겼는데 가만 보니 신장개업? 궁금해져서 가까이 가 보았다.

겉모양만 봐서는 다 쓰러져가는 집처럼 보이는데 화환이 걸려있다. 내부에는 손님이 꽤 보인다.

간판 이름은 <육장>.

육개장을 파는 곳이라고 쓰여있고 개업이 불과 며칠 전이다(방문 일로부터 4일 전).

기존의 낡은 집을 내부만 고쳐서 식당을 하는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육개장이라면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거니와 한식에서는 상징적인 음식이다. 본디 개장(보신탕)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음식으로 소고기를 썼기에 ‘육’자가 붙은 것이다. 영화 식객에서도 마지막 대령숙수가 만드는 음식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런데 한 여름에 육개장 집을 오픈하는 배짱은 무엇일까? 호기심에 난 주저 없이 들어갔다.

구조가 틀어져 있어서 실내를 한 컷에 담지를 못 했다.

가운데는 이렇게 심야식당 스타일로.

한켠에는 철푸덕 자리도 만들었는데 단독이어서 마치 옛날 주막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내장식이라고는 별다른 건 없는데 묘하게 독특했다.

식당에 우주 그림은 또 왜? ^^;;

메뉴판은 옛날 대폿집에서나 봄 직한 스타일이다.

고리짝 스테레오 카세트 라디오를 스피커로 쓰고 있었다.

쥔장은 서른 초중반쯤 되어 보이는 턱수염을 기른 청년이었다. 육갈탕을 물으니 처음 오셨으니 육개장을 먹어 보라며 대뜸 권한다. 하도 자신 있게 말해 나도 모르게 그러자고 했다(그리곤 내심 후회했다).

이 동네는 주택가여서 식당도 거의 없고 게다가 막 개업한 집인데 그래도 손님이 꽤 있었다.

로고가 심플하면서도 옛날스러워 복고 분위기에 딱이었다.

육개장 8,000 원

심플하면서도 임팩트 있어 보인다. 기물의 통일성 때문일까?

육개장이 비주얼은 진짜 맛있어 보인다.

밥도 고슬고슬 합격이다.

깍두기가 내 입에 많이 달았지만 여름 무는 맛이 없어 양념이 높아야 하는 건 사실이다.

후식일 텐데 독특하다. 한식집에서 체리와 오디가 나오니 그 센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육개장은 무거운 스타일과 가벼운 스타일이 있는데 난 사실 무거운 스타일을 좋아한다. 아마 그게 더 대중적일 것이다. 과거 없던 시절에는 가볍고 맑은 탕반은 재료를 제대로 넣지 않은 것으로 오해를 많이 받았었기에 진하고 무거우면 진국이라고 엄지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온갖 첨가물들이 동원되곤 했었다. 

그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기에 지금도 진국은 사랑받는다. 이 집 육개장도 적잖이 진국이다. 그렇다고 첨가물을 넣었다는 뜻은 아니니 걱정 마시라~

한 입 먹은 인상을 이야기하자면 우선 육개장치고는 그리 기름지지 않아 깔끔하고 시원하다. 얼큰함은 중간 정도다. 억지로 맵게 하지 않은 맛이다. 대파와 양파의 달큰함과 고기에서 나오는 약간의 산미가 식욕을 자극한다. 무엇보다도 묵직한 육수가 마음에 든다.

식사를 하던 중 손님이 다 빠지고 한가하기에 주인장과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보통은 잘 안 그러는데 이 집에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우선 한 여름에 육개장 집을 차린 이유부터 물었다. 음식에 자신이 있어서 계절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나 자신이 있기에? 알고 보니 이 레시피는 3대가 이어온 레시피란다. 할머님께서 남대문에서 육개장을 만들어 파셨고 아버님이 물려받아 양평에서 해장국집을 하신다고 한다. 주인장은 그 레시피를 물려받은 대신 미리 만든 것이 아닌 즉석의 개념만 추가하여 육개장 전문점을 차리게 되었단다.

육수가 진국이기에 우사골이 들어가는지를 물었더니 육개장에는 우사골을 쓰는 게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오직 양지와 갈비 육수만을 쓴다고. 양지와 갈비의 비율이 중요한데 갈비가 많이 들어가면 다소 느끼해진단다. 그래서 처음에 육갈탕 대신 육개장을 권한 이유도 육갈탕은 갈비 양이 많아 육개장을 경험해 보지 않고 먹었을 때 느끼하게 생각될 수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육개장은 해장국의 개념이 있기에 시원한 맛에 초점을 맞춰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집 보다 깔끔하고 시원했다. 먹고 나서는 육갈탕이 더욱 궁금해졌다. 결국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에 대해 물으니 원래 있던 것이 아니고 새로 만든 것인데 오래된 느낌이 나는 것은 학교의 농구 코트를 뜯어서 그 자재를 가지고 만든 것이라서 그렇단다. 그 이유는 오래된 나무이기에 변형이 오지 않는 점도 좋고 원래부터 존재하던 집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라고. 처음 왔지만 예전부터 다니던 집 같은 친근하고 스스럼없는 그런 집을 말하는 것일 테다. 단순한 복고 따라 하기가 아닌 주인장의 가치관으로부터 나온 연출이었다. 마치 브랜드에 대해 많이 공부한 사람 같은 대답이어서 놀랐다. 그만큼 자기다움을 많이 고민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오리지널의 느낌을 좋아한다는 그는 확실히 가벼운 외국 음식 모방하기 정도에 그치는 요즘 흔한 트렌디한 식당들과는 차별화되어 있다.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뚝심 있게 장사하는 모습이 듬직해 보인다. 이제 나흘 차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 고립무원에서도 매일 완판을 기록하는 걸 보면 앞날이 밝아 보인다. 망원동 나들이 오신다면 좀 멀더라도 들러볼 만한 집이다. 강추 드린다. 주차는 가게 앞에 1~2대 정도 가능하다.

 

– 본 저작물은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의 내용 중 2017년 7월 1일 동방술패 님의 블로그(http://blog.naver.com/krkecy619/221041471735)를 발췌하였습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망원로2길 17

전화

영업시간

9:00 AM - 9:00 PM

Category
음식점